읽은 책

술 먹는 책방

예똘 2016. 1. 18. 18:58

술 먹는 책방

김진양 지음
나무,나무 출판사
2015. 01. 23. 출판
288쪽

프롤로그
완벽하게 무장해제 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술 먹는 책방 북바이북 만들기 첫 번째 이야기
드라마 《심야식당》 주인장과 같은 삶을 꿈꾸다

Part 1 책과 술을 잇다
책과 술, 오묘한 조합의 시작 ? 좌충우돌 북바이북 메뉴판 짜기, 커피가 있는! 술이 있는!
유쾌한 상암동 골목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 이제 대세는 치맥 아닌 책맥

술 먹는 책방 북바이북 만들기 두 번째 이야기
작은 책방의 꿈, 달리는 마을 버스 안에서 ? 상암홀릭의 시작, 상암동 먹방의 메카(?!)

Part 2 책과 음악을 잇다
책방엔 음악이 빠질 수 없지! 북바이북 BGM
동네 바보언니(?) 박국장님 & 동네아티스트 박근쌀롱, 박남매 이야기
개성 강한 전문 직업인들, 상암쌀롱의 탄생
상암동 젊은 사장 동지: 음악마케터에서 막걸리전문점 사장되기

술 먹는 책방 북바이북 만들기 세 번째 이야기
이름대로 산다, 북바이북이라는 이름의 탄생 ?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도쿄 서점 투어

Part 3 책과 사람을 잇다
북바이북 정신적 지주, 키다리 아저씨 ? 잘생긴 일반인(?), 알고 보니 아나운서
코스피족 단골손님, 혼자여도 괜찮아 ? 책들을 더욱 빛나게, 삐뚜름한 책장 마누파쿰
‘팥티쉐’에 빵 터진 사연, 배러댄초코렛

술 먹는 책방 북바이북 만들기 네 번째 이야기
몇 날 며칠 콜센터 직원처럼 ?‘언니’라 불리는 내 인생의 동반자? 미녀 알바 일지

Part 4 책과 북바이북을 잇다
책방과 독자가 만나는 방법, 칠판 메시지의 위력 ? 북바이북에서 커피를 무료로 마시는 6가지 방법
북바이북에만 있는 책장 카테고리,‘상암동 PD님들’?

술 먹는 책방 북바이북 만들기 다섯 번째 이야기
책보다 콘텐츠, 나는 왜 동네책방 주인장이 되었을까

part 5 우연과 인연을 잇다
별일 많은 동네책방, 재미있는 작은 세상

 

 

천성이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사교성이 좋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만나면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오죽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으면 사람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나는 대표적인 사람. '무당' 같은 일을 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을까! 나에게는 아무리 사람을 많이 만나도, 이야기를 아무리 오래 나누어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남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 에너지가 소진된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받는 에너지로 충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책방 주인장'이 되어 있을 때, 속 깊은 이야기가 쌓여가는 단골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심야식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술 먹는 책방이라는 장소가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찾아오던 손님들이 어느 순간 주인장과의 대화가 뜻하지 않게 깊어져 삶의 답답함을 쏟아낼 때면 더욱 그랬다. (프롤로그 중)

 

 

나는 손맛이 좋은 편이다.

무슨 말이냐면, 음식 솜씨가 좋다는 뜻이다.

내 딸들과 형제자매 및 그 배우자들과 친구들에게 국한된 평가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난 음식 솜씨가 좋은 편이다.

이 손맛을 믿고 이 사람 저 사람 불러 밥을 해 먹이길 좋아한다.

평소 청소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자주 집으로 불러 집밥을 먹이지는 못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한때 밥집을 할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작고 소담한 공간을 마련해놓고 예약만 받는 밥집을 하면,

나름 프리랜서니 여유도 있을 것이고

음식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참동안 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는 밥집을 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밥만 해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술 먹는 책방'의 주인장은 '술(혹은 커피)'과 '밥'과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그것에 기쁨을 느끼지만

나는 그곳에 내가 서 있는 장면을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피곤하기 짝이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밥을 해 주는 것도, 밥을 사는 것도, 하루를 통째로 헌납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게 된다.

하지만 나와 친하지 않는 사람과는 그 만남 자체가 피곤하다.

친해지는데는 거의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그 후에도 심지어 좋아해야 밥도 같이 먹을 수 있고 놀기도 할 수 있다.

'책'이 아닌 책에서 시작된 내밀한 일상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 편하다. 삶의 공유가 편해져야 비로소 '술(혹은 커피)'과 '밥'을 마시고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지나면 글도 나누고, 또 시간이 더해지면 꿈도 나누는...

좁디 좁은 인간 관계.

충실하고 진지한 시간이 지나면, 나름 넓고도 가뿐한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