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 이런 아빠
- 역자 : 김동욱
- 출판사 : 열린책들
- "아빠."
- 오빠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 잠깐만 여기로 오실 수 없으세요?"
- "딜, 괜찮아. 걱정 마. 뭔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빠가 말씀해 주실거야."
- 딜이 나를 쳐다보았다.
- "괜찮다니까 그러네. 아빠는 너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으실거야. 너는 우리 아빠를 무서워하지 않잖아."
......
나는 너무 놀라 울 수도 없었다. 소리를 내어 오빠를 다시 건드릴까 봐 오빠 방에서 살금살금 걸어 나와 문을 조용히 닫았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자 아빠를 찾고 싶었다. 아빠는 거실에 앉아 계셨고, 나는 가서 무릎 위에 기어 올라가려고 했다.
아빠가 미소를 지으셨다.
"이제 제법 몸집이 커지고 있구나. 그래서 반밖에는 안아줄 수 없겠는걸."
아빠가 나를 꼭 껴안으셨다.
"스카웃, 오빠 일로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요즈음 오빤 힘들어 한단다. 여기서도 네 말을 다 들었다."
아빠가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아빠는 오빠가 뭔가를 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얼마 동안 그것을 보관 해두고 있다는 거다. 그러고 나서야 오빠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고 정리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것을 생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오빠는 다시 옛날처럼 될 거라고 하셨다.
아빠가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일이 그런 대로 가라앉았다.
......
"헥, 이 문제를 조용히 무마시킨다면 내가 그 애를 기르려고 해온 방식을 간단하게 부정하는 것이 돼. 때론 부모로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그 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내가 전부네. 젬은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 전에 나를 먼저 쳐다본다네. 나도 그 애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도록 살려고 노력해왔고..... 이런 식으로 뭔가를 묵인한다면, 솔직히 말해 난 그 애의 눈을 대할 수가 없지. 그리고 그렇게 대하지 못하는 날, 나는 그 애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그 애와 스카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그 애들뿐이니까."
......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아빠를 무한히 믿음.
아빠는 뭐든 옳게, 따뜻하게 해결함.
아빠는, 지나고 보면 다 맞음.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 전에 먼저 쳐다보게 만드는 아빠.
그래서 그렇게 살고 있는 아빠.
이런 아빠, 이런 아버지...
태어나서 보니, 정신차리고 보니, 철들어 보니..
내 아빠가 이런 아빠...
참 멋지다.
[저는, 남자를 부성애로 판단하지 어쩔 수 없는 사고事故로 판단하지 않아요.--- 영화 워터 디바이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