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기

(영화) 괴물, 나의 두번째 감상

예똘 2009. 9. 17. 14:26
괴물 (The Host)(2006)
감독 : 봉준호
출연 :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등장 인물

 

아빠 박강두 (송강호)





 

정말 돌아보기 싫은 남자. 개인적으로는 합동 영결식 장면에서 추리낭 속에 손을 넣고 쓱슥 긁어대며 잠들어 있는 송강호의 모습을 적극 강추한다. 그 장면에서 송강호는 정말 돌아보기 싫은 이웃 남자 역할을 어찌나 잘 소화하든지. 그는 정말 유원지에서 오징어 파는 남자였다. 하릴 없이 부모 속을 썩이면서도 아무 생각 없는 남자. 그러니 여자가 도망을 갔지... 자를 생각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남자.

하지만 그가 뛰어가고 있다. 딸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그것으로 족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것. 추호의 의심의 여지도 없다는 것. 그 사랑 하나로, 내인생은 왜 이렇게 꼬이는거야.. 라는 흔들림이 없다는 것. 그것이 강두에거 주어진 축복이다.

 

그 사랑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이러한 변모를 보고 극적인 반전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다. 이렇게 변함이 당연하다. 그의 사랑이 부럽다. 책임을 느끼지 않는 책임감이 부럽다.

 

삼촌 박남일 (박해일)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다. 혼자 똑똑하고, 안하무인이고, 꼬이고, 삐딱하고, 안풀리고, 욕을 입에 달고 살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절대 절명의 순간에 화염병을 놓치고.. 나랑 닮았다. 그렇지만 마음에 든다. 그래서 용서해준다. 쫓기면서 선배를 만나기 전에 세탁소 골목 앞에서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이 좋던데.. 찾지 못했다. 그 장면에서 유영철을 영화로 옮긴다면 박해일이 주인공이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어둡고 우울하다. 가슴에 분노와 절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리다. 끊임없이 사람에게 기대고 사랑을 구한다.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욕을 한다.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 그가 무시 당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과격하다. 그 누구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을 그는 한다. 하지만 대체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리고 성공하는 삶이 어렵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신문에 나오고 인터뷰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99%는 성공하지 못한다. 극중 박남일처럼.. 하지만 나는 그가 좋다. 물론 나는 성공하고 행복할 거라고 믿지만 대리 만족으로 ^^

 

고모 박남주 (배두나)

 




 

말이 필요 없는 배우. 그녀는 투사다. 과격해보이지 않은 투사. 무뚝뚝하고 감정이 절제된.. 그러나 항상 필요한 것을 챙긴다. "현서가 얼마나 굶었지..?"

 

할아버지  박희봉 (변희봉)

극 중 그는 아들때문에 대단히 속이 썪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들에게 내삭을 하지는 않는다. 나는 딸들에게 펄펄 뛴다. 화를 잘 내고 극단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다. 다 썩어서 더 이상 썩을 것이 없는 부모의 마음을 보여 준다.

이런 배우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끝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 쨍하고 해뜰날 있다는 것을 인생으로 보여주는 사람. 이런 분들을 보면 인생은 그리 대단한 것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것을 하다보면 어느새 대단한 것이 다가오는 것. 그것이 인생인 것 같다.

나도 그렇게 기다릴 수 있을까?

 

딸 박현서 (고아성)

이 행운아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성형수술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성형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돋보이는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치아를 그대로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것. 하여튼 귀엽다. 성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요즘 유행하는 엽기 발랄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든다. 그녀는 극중에서 투쟁하고 나누고 보듬는 삶을 실현했다. 그것이 현실에서도 적용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