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02.19)

예똘 2011. 2. 19. 00:24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

같이 본 사람 : 이인경, 은지  
본 날짜        : 2011.02.17
감독            : 추창민
출연            :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송지효, 오달수, 이문식



항상 부루퉁하게 화가 난 것 같은 동네 할아버지.
아마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을 것이고 또한 결혼 후 달랑 보따리 하나로 살림을 이루었을 것이다. 김만석. 오죽 가난했으면 이름이 만석이일까? 백석도 아니고 천석도 아니고 만석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가난은 벗어 난 것으로 보인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나름 2층(!)양옥에서 아들내외와 손녀와 사이좋게, 그러니까 단란하게 사는 것 같다. 손녀는 동사무소 공무원이다. 공무원. 요즘같은 시대에 신의 직장이지. 할아버지와 흉허물 없이 지낸다. 참 잘 키운 손녀이다. 그러니 그저 바랄 것 없는 노후를 보낸다. 스스로도 우유 배달을 할 만큼 심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큰소리 치며 편안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화난 표정은 현재의 가난이나 불화 때문이 아니라 웃을 틈 없이 맹렬하게 달려온 그의 삶이 새겨준 표정이다. 그는 항상 큰소리로 말하고 화내고 욕한다. 항상 자기중심적이다. 그렇게 살지 않으며 힘들었겠지. 세상이.

그런 할아버지가 사랑을 만난다. 송이뿐. 이름도 없이 떠돌며 폐지를 주워 팔아 살아가는 할머니. 죽어도, 죽음조차 증명해 줄 수 없는 무심한 세상 속에서 이름없이 살아온 할머니를 만난다. 절대 화낼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할머니. 그녀는 그저 세상에 머리를 조아리고 감사하며 살 뿐이다. 마음 한 구석에 "나도 저렇게(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라는 소박한 희망을 품으며 살아온 할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김만석씨는 웃는다.


송이뿐. 그녀도 웃는다.


군봉 아저씨도 웃는다. 아내가 있는 한 그는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 웃음은 곧 세상에 대한 체념으로 바뀐다. 익숙함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는 아내가 없는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잘 늙어간 사람이 일찍 죽다니! 아깝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 군봉의 아내. 어떤 여자가 이렇게 극진히 사랑받을 수 있을까!

아내의 죽음을 예감한 군봉은 자식을 부른다. 그 자식들을 한 눈에 넣고 가슴에 모두 쓸어 넣는다. 그 와중에도 자식들은 혹시 같이 살자고 할까봐 노심초사다. 씁쓸하기는 하지만 세상이 그렇다. 그들을 욕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인간이라면 가지는 당연한 감정을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표출했기 때문이다. 옛 전설에 병든 노부모를 살리려고 자식을 가마솥에 넣고 삶아 약을 삼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얼마나 엽기스러운지!) 그러고 노승이 시키는대로 다시 열어보니 100년 묵은 산삼이 있었다는 둥... 부모를 위해 자식을 가마솥에 넣는 이가 정상이 아니듯이 자신의 싫은 감정을 숨기고 기쁜 척 효도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또 그렇게 자식들을 챙기고 살아갈 자신들의 "자식"이 있고 그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기 떄문이다.

얼굴은 낯이 익지만 처음 인상적으로 보았다. 눈매가 선하고 인상도 선하고. 아마 성격도 선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선한 역할을 맡아서 아주 잘 소화하고 있다. 실제 만석의 손녀가 이런 사람이라면 자식 농사 참 잘 지은 것이다. 따뜻하고 배려심 있고 심지가 곧다. 할아버지의 애정행각(^^)을 이해하고 나아가 부추기고 도와주기까지 하는 개방적인 아가씨다. 송지효의 새로운 발견이다.




그리고 오달수와 김문식. 말이 필요없는 조연들 아닌가!

영화를 2/3쯤 보고 난 후부터 내리 울었다. 눈물이 비오듯하고 콧물도 쏟아진다. 그래서인지 마칠 때는 카타르시스. 속이 시원하였다. 보는 내내 우리 부모님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이 짠하여~' - 가 아니라 그냥 생각났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부럽다. 우리 부모님들은 왜 곱게 나이들어가지 못하고 못난 모습을 간직하고, 게다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일까? 원수가 따로 없다! 완전히 장미의 전쟁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긴 하지만) 한쪽이 없어져야 끝나는 전쟁말이다. 우리 부모는 아프면 어떻하지...? 군봉의 자식(정확이 말하면 며느리)들이 부모 모시는 것을 서로 미루는 것을 보고 군봉부부가 안쓰러워 보였지만 나는 화가 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뭘 해주었다고 이렇게 끝까지 애를 먹이느냐?-는 절규가 쏟아져 나올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는 하느님은 왜 빨리 데려가지 않으시는가, 빨리 데려 가시면 좋겠다는 바램 때문에 죄의식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떨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송이뿐 할머니처럼 살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게 살 가능성이 적지만 그것보다 물리적 환경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둘이면 좋겠다는 바램을 버리기로 한데다가 점점 갈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징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는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사소한 일에도 잘 돌아서고 90%보다는 10%에 더 많은 방점을 찍는다. 어쨌거나 송이뿐 할머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고백을 받고 원하는 노후를 얻었다. 억세지만 부드러운 만석 할아버지는 이뿐 할머니를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지난날 과오까지 치료하였다. 군봉부부는 소원대로 자식들 편안~하게 살도록 하였다.

나의 노후는?
그냥 책읽고 글쓰는 것이 일상이면 좋겠다.
대구 조용한 어느 곳. 마당 넓은 집에서 진돗개와 삽사리를 키우고, 가끔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도 하고 친구를 불러 밥을 해 먹이기도 하고 말이다.
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가판으로라도  책을 제본하는거다. 내가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줘야지.
잘 늙어야겠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역시 혼자?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