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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기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대가리'라는 말은 거의 언어 폭력인 관계로 잘 쓰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쓰고 보니까 즐겁군요. 이래서 사람들이 욕을 하나봐요. ㅋㅋ)

각설하고..

한겨레 신문의 신문 평론담당 기자의 기사를 빌지 않더라도
저는 헌신적인 순무대가리에 한표 던집니다.

물론 저도 하울의 그 멋진 모험과 카리스마 넘치는 몸 동작과 멋진 성에 잠시나마
"뿅~~" 갔었죠..
하울...
멋지긴 하더군요.
젊은 나이에 이루어 놓은 멋진, 게다가 움직이기까지 하는 성하며..
부드러운 눈빛, 섬세하면서도 강한 근육(*^^*)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선물할만큼 넘치는 능력...
전쟁을 막기 위해 밤마다 그 멋진 몸을 전장의 불바다에 던지는 정의감,
강인함 뒤에 숨겨진 연약함으로 나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치밀함까지..
정말 그는 만인의 연인이 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소피-는...
그녀의 삶을 보고서 저는 절대 하울의 마지막 사랑을 쟁취하는 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리 인내심이 없거든요..
게다가 소피-는 청소에 타고난 소질을 발휘하여 모든 사람을 푸근히 감싸는 아량을 보였지만..
세상 모든 것 가운데 청소가 가장 어려운 저로서는 고무신 양손에 쥐고 따라가도 소피-를 못 따라가지요..
아침 마음 저녁 마음, (조변석개(朝變夕改)라고 하나요?) 시시각각 바뀌는 변덕에 나 자신도 감당을 못하겠던데.. 소피-는 무쇠보다 단단한 심지를 가졌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울의 사랑을 얻은 소피-가 별로 부럽지 않은 이유는
하울의 그놈의 성질 때문입니다.
외출 이유를 말해주길하나,
외출 장소를 보고하길 하나..
뻑하면 다쳐서 들어오지..
가지 말라는 곳에 여자 말 안듣고 굳이 나다니지..
어려운 일에는 여자 앞세우지..
뼈빠지게 청소해 놓은 것을 보고 엉뚱한 것 건드렸다고 불같이 성질 내지..
식사 준비 해 놓고 기다리면 마법으로 더 멋진 상을 차리지..
하여튼 이 모든 결함은 그가 가진 모든것을 마이너스 상태로 만들고도 남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순무대가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소피-를 도와줍니다.
아실랑가 모르겠는데..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를 도와주려면 그의 안테나는 항상 소피-를 향해 켜져 있어야하거든요,..
그러면서 자신의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 사라진지 모르게 스크린에서 사라지고 없더군요..
소리없이 사라지는 싸나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생각만해도 마음이 쓰리네요.. 흑흑
그가 내게 지지표를 받은 결정적인 이유..
.
.

그는 왕자였습니다....... ^^;;

헌신적인 녀석이 왕자이기까지 하네.. 저런 녀석이 내 거시기가 되어야 할텐데..라고 생각하며,
하울은 소피- 속 쎆이지 말고 마음 잡고 살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도 들고..
소피-는 평생 마음 고생하지말고 순무대가리 한테로 마음을 돌리지.. 하는 염려에..
청소하기 전 하울의 성은 우리집 같구나.. 하는 생각에.. -.-;;
만화 영화 한편을 보며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움직이는 성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행복해하던 순무대가리의 표정이 자꾸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