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잘 놀기

(영화) 투야의 결혼

뭐, 줄거리는.. 인터넷에 널려있다.
큰 상도 받은데다가 개봉한지가 오랜 관계로 영화 관련 사이트에는 줄거리와 감상까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줄거리를 알려줘도 큰 무리가 없을만큼..
별다른 내용은 없다.

영화보는 동안 생각한 것은
*저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군...
*양들은 뭐 먹고 사나, 풀도 적은데...
*저런 곳을 파도 우물물이 나오나?...
*저렇게 간단한 조리기구로 뭘 해 먹나..?
.
.
.
였다.

한국 아줌마들은 대체로
불굴의 의지로 두 주먹 불끈쥐고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을 괴롭히는
운명, 고난, 역경, 혹은 악한 캐릭터에 끝끝내 똥침을 날리고
최후의 승자로 웃는다.
한국의 아줌마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란듯이" 성공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 후련하게, 혹은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우생순이 그랬고, 최진실이 그랬고, 원미경이 그랬다.

투야는..
담담히 삶을 보여줄 뿐이다.
괴로워서 울지도 않고
힘들어서 절규하지도 않는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자 두 주먹을 불끈 쥐지도 않는다.
해가 뜨면 일을 하고
누군가가 쓰러져 있으면 데려오고
다쳤으면 허리가 "뿌라져라!" 구해낸다.
그래도 담담하다.
끝끝내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이혼한다.
그리고 재혼을 한다.
결혼 조건은 단 하나.
전남편을 먹여 살릴것.
웃기지도 않은 재혼을 담담히 생각하고
그대로 실행한다.

한국에서도 아줌마들은 사막에서 산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보여지는 풍광은 너무나 풍요롭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그녀들"은 울고 불고 절규하고 두 주먹을 부르르 떨며 살아가야하나보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의 성공은 드라마일 뿐이다.

보는 내내 사막의 모래가 내 가슴에서 서걱거렸다.

p.s. 정말 궁금하다. 투야는 어떤 이유로 그 많은 남자들의 청혼을 받는건가? 그 부족에 여자가 부족한가? 투야가 특별히 그 부족의 얼짱이었는가? 전남편을 먹여살려야 한다고 말할 때 청혼자들이 왜 아무도 놀라지 않을까? 그 부족 풍습이 그런가?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