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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J. D. 샐린저

1951년.

문예출판사(1998. 2판 1쇄)

236.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앞부분만 겨우 기억나고 나머지는 생소하다.

지독한 사춘기에 관한 책.

1900년대 초중반 미국이니 이런 사춘기를 앓는게 가능하지.

우리나라 고등학생이었다면...

너댓곳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골초에(홀든 콜필드는 하루 저녁에 두 갑을 피우는 대단한 골초다!),

술고래에(2박 3일 동안 초반 몇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취해있다.),

얼굴을 마주쳤다하면 거짓말에,

한 과목 빼고 낙제(우리나라였으면 국어만 잘하고 나머지 과목은 5~10점대를 유지).

부유한 어버지의 재산으로 평생 베짱이처럼 살 수 있는 계층이 아니라면 이미 낙오자.

(방황을 허용하지 못하게 된 우리 상황이 문득 슬프다.)

 

난 이미 기성세대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할 수는 없을 나이.

이 책이 출간 되었을 때 학부모의 거센 저항으로 출판이 금지된 지역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유한 아이의 남는 시간 벽돌깨기 게임 쯤으로 보였다.

좀 과장된 느낌은 있지만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조태오' 정도의 캐릭인데 다른 점이라면 남에게 그리 큰 피해는 끼치지 않는...

 

그렇다고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나고?

천만에.

홀든 콜필드에 감정이입을 하자면,

그 애의 상태는 현재 나의 상태와 비슷해서 입맛이 썼다.

콜필드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항상 입말과 속말이 다르다.

이 덜떨어진 남학생은, 남을 의심하고 진심을 믿지 못하고 상대의 의견에 야유를 보낸다.

그런데 내가 그렇다. 요즘들어 부쩍 심해졌다.

콜필드는 사춘기의 지독하면서도 냄새나는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지만, 나는? 중년의 수렁인가? 그럴수도.!

콜필드는 순도 100%의 지랄발광(원색적인 표현 죄송. 하지만 정확함.) 끝에 요양원에 입원하여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여전히 회의하고 의심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의심과 회의가 방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사춘기가 저물어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별 일 없었다면 그는 현재 노인으로 생의 마무리를 하고 있을 터인데, 어떤 어른으로 살았을지 궁금하다.

 

방황하는 사춘기, 부럽다. 사춘기의 극심한 방황은 남은 인생에 이정표를 세워주기도 하니까.

난 어리석을만큼 조심하면서 살아서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다는 사람을 보면 일단 부럽다.

일탈과 반항으로 방황을 했건 지독한 불면과 불신으로 방황을 했건 대상이 있었다는 것이지.

아무것도 없이 멍청하게 보낸 사춘기는 '우유부단함'과 '아무것도 아님'으로 스스로 정의 내리곤하는 현재 나의 상태의 원인이 확실하다.

나도 벗어나고자 애는 쓰고 있지만...

(속으로) 화를 잘 내고 (나만 아는) 욕구불만 상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일단 논문을 써 보자 - 로 항상 결론을 내린다.

이 와중에도 'J. D. 샐린저' 부럽다.

세계적으로 7000만부 이상이 팔렸단다...

책쓰기, 부럽다.

세상은 온통 내가 부러워할 것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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