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영국, 아일랜드.
감독 : 래니 애이브러 햄슨
배우 : 마이클 패스밴더, 돔놀 글리슨, 매기 질렌할
마이클 패스벤더는 노예 12년에 나왔던 악덕 주인. 그 외 작품은 보지 않은 것을 보니 나의 영화 관람 성향과 다른 듯 하다. 잘 생겼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라만, 내 취향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배우가 신경쓰지는 않겠지만, 그냥 그렇단 말이다. ㅋ
돔놀 글리슨은 어바웃 타임의 평범하고 마음 따뜻한 남편 역할의 그! 외국에도 일정 성향의 배역을 주로 맡는 경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역은 달라도 성격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프랭크 속의 존(이름도 평범하기 짝이 없다.)은 자신의 재능에 만족하지 못한 반면 '어바웃 타임'에서는 지극히 긍정적이었다는 점 정도?! 타고나지 못한 재능에 비애를 느끼는... 그러나 일상에는 너무나 잘 적응하는 범상함도 또 하나의 재능인 것을!
미친듯이 수영하고 비 오는 퇴근시간 그 복잡한 도로에서 미친듯이 차를 몰고 문 닫은 십자수 가게 앞에 차를 던져놓고 택시를 잡아 타고 미친듯이 달려가서까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수많은 평론가들의 찬사어린 감상 후기와 분석들 때문이다. 뭔가 놓치는 느낌? 그게 싫었다. 프랭크를 잡고 싶었다. 결론은? 프랭크를 잡은 것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그냥 신작 하나를 본 정도에 만족한다. 다운을 받거나 TV에 방영을 하면 절대 보지 않을 영화였다. 괴기스럽고 지겹고 재미없었다. 결국 프랭크는 정신병자이다. (부모 말에 의하면) 음악적 재능이 활기를 잡아먹은 좋은 본보기라고나 할까. 탈을 쓰고 다니건 가면을 쓰고 나오건 내 알바 아니나 미친듯한 일상을 사는 나에겐 그냥 헝클어진 털실처럼 엉망이 된 뇌 속을 깐쭝하게(여지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정리해 줄 명확하고도 조용한 영화가 좋다. 프랭크와 "프론프스브스"가 아닌 "소론프르프브스" 밴드의 멤버들도 모두 제 정신이 아니다. 그러니 제 정신이 아닌 내가 보기에는 더 제 정신이 아니게 만드는 망할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날 것을 희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이 범상한 것임을 확인할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나도 때로는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역설적이게도 존이 가진 범상함이 편안했다. 프랭크의 비범함은 나를 미치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고 스스로를 고통스러운 삶으로 이끄는 것 같다. 비범한 평론가들의 비범한 영화 평론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 어디를 보고 그리 찬양하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이 연기는 잘 하는 것 같다만.
조만간에 헝클어진 털실을 정리해 줄 영화를 한 편 봐야겠다.
'잘 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소라 (0) | 2021.05.20 |
---|---|
마션(영화) (0) | 2015.10.19 |
(영화) 사랑의 침묵 (0) | 2012.10.21 |
(영화) 시작은 키스! -스포있음 (0) | 2012.06.23 |
(영화) 건축학 개론 (0) | 2012.05.16 |